F1 머신의 스티어링휠(핸들)은 일반 승용차처럼 단순히 “차를 돌리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실제로는 노트북이나 항공기 조종간에 더 가깝다.
정보 표시, 조작 패널, 제어 장치를 모두 겸한 초고성능 장비다.

팀과 사양에 따라 다르지만, F1 스티어링휠 하나의 가격은 수백만 엔에서 거의 1천만 엔에 이른다고도 한다.
카본 파이버로 만들어져 가볍고도 튼튼하다.
또 드라이버 전용으로 맞춤 제작되기 때문에, 말 그대로 오더메이드 정밀 기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버튼이 매우 많이 달려 있기 때문에, 그중 일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간단히 살펴보자.

│버튼과 다이얼은 몇 개나 있을까?

F1 스티어링에는 보통 20개에서 30개 정도의 버튼과 다이얼이 배치돼 있다.
겉모습만 보면 마치 게임 컨트롤러가 극단적으로 진화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각 버튼에는 모두 역할이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DRS 버튼
직선 구간에서 리어윙을 열어 시속 15~20km 정도의 속도 상승을 만든다.

음료 버튼
핸들 구석의 작은 버튼으로, 빨대를 통해 음료를 마실 수 있다.

무선 버튼
팀과 교신할 때 사용한다. 잘못 조작하면 무선이 끊기는 경우도 있다.

연료 모드 전환
엔진 출력을 절약 모드나 공격 모드처럼 즉시 바꿀 수 있다.

디퍼렌셜·브레이크 밸런스 조정
코너마다 차의 특성을 바꾸고 머신을 더 안정적으로 만든다.

놀라운 점은 드라이버가 이 모든 것을 시속 300km가 넘는 속도에서 조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멀티태스킹 능력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액정 화면은 정보의 보고다

핸들 중앙에는 작은 액정 디스플레이가 있다.
여기서 속도, 기어, 남은 연료, 타이어 온도, 라이벌과의 시간 차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서킷과 상황에 따라 피트스톱까지 남은 예상 랩 수나, 에너지 회생 시스템의 잔량처럼 전략과 직접 연결되는 데이터도 표시된다.

이 화면은 팀마다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어서, 드라이버에게 꼭 필요한 정보만 보이도록 구성된다.

│떼어내지 않으면 내릴 수도 없다

F1 머신의 콕핏은 매우 좁기 때문에, 스티어링을 떼어내지 않으면 드라이버가 타고 내릴 수 없다.

그래서 스티어링은 머신을 움직이기 위한 ‘열쇠’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레이스 전, 그리드 위에서 드라이버가 스티어링을 장착해야 비로소 머신이 주행 가능한 상태가 된다.

반대로 말하면, 스티어링을 떼어내 버리면 엔진이 걸려 있어도 머신은 움직일 수 없다.

F1의 스티어링은 단순한 핸들이 아니다.
달리는 머신의 사령탑이다.

수백만 엔에 이르는 가격, 수십 개의 버튼과 다이얼, 그리고 그것을 순간적으로 다루는 드라이버의 기술.
그 하나하나가 F1을 ‘궁극의 모터스포츠’로 만들고 있다.